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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리뷰/영화 & 시리즈 theater

SERVANT, S1E5 "Cricket" 스포일러 리뷰

by 리즈앤앨리 2021. 1. 26.

 

 

 

 

 

 

!!! SPOILER ALERT !!!

<Servant>의 직접적인 장면 설명 및 내용 노출이 있는 자유롭고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감사합니다.  

 

 

 

 

 

 

 

서번트 시즌1 에피소드 5 "Cricket"은 철저한 리앤 시점으로 이루어졌다. 도로시와 션이 없는 집에서 보내는 그녀의 일상. 예상보다 고요했고 잔잔했다. 나에게 오해가 있었다면, 그것도 아주 가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롯이 오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리앤에게는 정말로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눈으로 목격했다. 그녀에게는 힘이 있다. 혹은 빌릴 수 있다. 성경책을 앞에 두고 기도를 한다. 간절히 소원한다. 그러면 이루어지리라. 

 

 

 

 

 

 

SERVANT, S1E5 "Cricket"

My Favorite Top 5 Moments.

 

 

top 5. 로스코, 완다, 올리비아 

 

줄리안은 로스코에게 리앤을 조사해주기를, 집을 뒤져서라도 정보를 얻어주기를 부탁했을 것이다. 무엇이라도 꼬투리가 나오면 바로 잡아채서 뭐에라도 써먹을 속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영 꽝일 듯싶다. 로스코는 전문 사립탐정이 아니다. 작중 나온 한정적인 정보로는, 그는 줄리안의 친구 혹은 동료이자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렇기에 그의 행동은 전문적이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리앤이 알아차릴 만큼 허술했다는 것. 자기 딴에는 철저하고자 했겠으나 하루 종일 차를 세워놓고 리앤을 눈으로 쫓는 바람에 이미 리앤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 버렸다. 또 리앤이 외출한 사이 틈을 타 집을 몰래 들어가는데 하필 그녀의 동선을 제대로 파악도 못해서 금방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심지어 본인은 들킨 줄도 모른다! 

 

 

로스코가 초반 내내 숨어서 탐정 놀음을 하느라 리앤을 신경 쓰게 만들었다면 완다 Wanda와 올리비아 Olivia는 리앤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웃들이었다. 리앤이 로스코 때문에 미처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 유모차를 가져다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덕분에 리앤은 거부감 없이 그들을 집으로 들였다. 완다는 리앤과 같은 아이돌보미로 일하고 있고, 올리비아는 바로 완다가 돌보는 아이다. 바로 건너 건너편 집에 사는 사람들. 리앤은 그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새로운 친구가 생긴 듯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긴장과 함께한다. 특히 인물 등장이 매우 한정적인 서번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완다와 올리비아의 첫인상은 사실 좋은 편은 아니었다. 왠지 싸한 느낌이랄까. 특히 완다의 분위기가 그랬다. 그녀 특유의 말투와 행동에서 무례함을 느꼈고, 올리비아를 돌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음에도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써만 받아들였을 뿐, 아이를 향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음에 매우 불편했다. 유모차를 핑계로 다짜고짜 집을 쳐들어오질 않나, 해대는 질문이라곤 돈에 관련된 것뿐이고, 리앤의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은 무신경함까지. 또한 그녀는 입도 거친 편으로 일상 대화에서도 욕을 섞어 쓸 정도다. 그런 그녀에게 리앤이 맞장구를 쳐주려 어색한 욕을 시전 했을 땐 정말 귀여웠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그만큼 리앤은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듯하다. 때문에 완다가 리앤에게 잠시 동안 올리비아를 맡겼을 때도 군말 없이 올리비아를 맡았다(올리비아와 함께 놀아주는 장면에서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자기소개서에서 말한 대로 아이를 돌보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인가 보다).

 

그러나 왠지 싸한 느낌은 느낌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 Hi, I'm Leanne from down the street. Is, um... Wanda home?"   

" 안녕하세요, 저는 이 길 아래쪽에 사는 리앤인데요, 집에, 음, 완다 있나요?

" Wanda?"   " 완다요?"

" Yeah, I met her and Olivia yesterday. Your daughter is very sweet."

" 네. 어제 완다랑 올리비아를 만났었어요. 따님이 정말 귀엽던데요." 

" I think you've made a mistake. We don't have children."  "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아요. 저희 집엔 애가 없는데요."

 

Leanne and her neighbor, "Cricket"


알고 보니 완다와 올리비아가 제 집인 것처럼 굴었던 그 집은 올리비아네 집이 아니었던 것. 완다가 계획적인 접근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리앤은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고 눈만 데굴거리다 결국 사과까지 하고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녀는 알아야 했다. 완다가 왜 자신에게 접근을 했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그녀는 올리비아에게 대부분의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녀는 올리비아를 이용하기로 했다. 랍스터 아이스크림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이 그 방법이었다(랍스터, 우유 등은 주요 알러젠 중 하나이다). 결국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빠진 올리비아를 구하기 위해 완다는 모든 것을 실토해야만 했다. 

 

 

 

 

 

top 4.  그리고 줄리안

 

결국 줄리안이었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줄리안이 벌인 일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결론 지음으로써모든 이야기가 아귀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안 순간이 바로 완다가 모든 것을 실토했을 때였다.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완다와 사랑스럽던 올리비아도 결국은 줄리안의 사주를 받은 거였다. 완다는 겨우 300달러에 매수되어 사람을 우습게 만들었다. 리앤 자신을 내내 감시하며 조사하는 로스코도 역시 줄리안의 측근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매일 같이 먹던 통조림 수프를 개사료로 바꿔놓은 그 악행도 물론 줄리안의 짓일 것이다. 이미 줄리안과 션의 대화를 들은 이후였기에 그녀는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거였다.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너무나 서글퍼져서 그만 울음을 짓고 말았다. 


" She's never gonna know."   " 절대 모를 거야."

" I ain't do it. Is it completely necessary?"   " 안 할래.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 You need to stop making everything so comportable for this freak. Let her know she's not welcome."

" 저 똘아이한테 제발 잘해주지 말란 말이야. 자기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자기도 알아야지."

" That's your answer? Practical jokes?"  " 그래서 결론이 이거야? 이런 장난 짓거리?"

" If it was left to me, I'd shut the heating off in her room. Drive her out of the f**king house."

" 내가 형이었으면, 쟤 방 난방부터 꺼버렸을 거야. 쟤가 알아서 꺼지게 하란 말이야."

 

Julian and Sean, "Cricket"


 

줄리안이 너무했다. 도가 지나쳤다. 마치 학창 시절 따돌림처럼 유치하고, 가혹했고, 질이 매우 나빴다. 줄리안은 이제 그녀는 'freak'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녀에 대한 경멸이 가득 찬 상태다. 지난 화부터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리앤이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가 그녀 뒤에서 했던 모든 말이 상처가 되었을 테고, 상처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생채기를 냈다. 이번 화 내내 그녀는 그렇게 줄리안에게 상처를 받았다. 

 

사실 로스코가 아무리 리앤의 방을 쳐들어가고 서랍을 뒤졌어도 아무 수확도 얻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리앤은 가진 것이 없다. 리앤의 일상은 굉장히 평범했다. 터너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좋지 않은 일이라도 꾸미고 있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맥이 탁 풀렸다. 어쩜 이렇게 그냥 예쁜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순수하기 그지없고, 아기를 돌보는 야무진 손과 어르는 말투는 내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누구를 해칠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워낙에 리앤의 첫인상부터가 사특하다고 느꼈기에 줄곧 모든 기분 나쁜 일의 배후로 리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텐데도, "Cricket"에서 나온 리앤의 모습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악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1) 정체모를 아기를 데려왔고, (2) 션을 아프게 했으며, (3)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함구했기 때문인데, 잘 생각해보면 사실 (1)에 대한 것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또한 이를 통해 도로시는 상처를 극복한 것이 분명하고, 션 또한 아기에게 위안을 받을 정도로 그의 마음은 많이 아물었다. 그러니 아기를 데려온 것에 대해 결과적으로 그들을 도와준 셈이 될 수도 있다. (2)에 대한 것은 션이 그녀의 십자가와 reborn doll을 함부로 다룬 것에 대한 '벌'일 수 있다. 리앤 입장에서는 목숨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자기 스스로 위안하면서 합당한 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3)은 그저 그녀는 침묵을 했을 뿐이다. 침묵 또한 거짓말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속시원히 먼저 물어본 적도 없었거니와, 그 이전에 줄리안이 조사한 사실들이 먼저 밝혀지면서 의구심만 더해진 게 사실이다. 모든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 실제로 그녀가 한 거짓말은 본인이 어렸을 적 도로시와의 방송 출연 경험을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그러니 진짜 그녀가 악인 것일까. (물론 목적을 위해 올리비아를 이용한 건 나빴다. 매우 나빴다!)

 

작중 행적을 봤을 때 진짜 나쁜 사람은 바로 줄리안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우리는 터너 가족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면 리앤은 정체 모를 제삼자였다. 당연히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리앤은 터너 가족을 위협하는 것만 같은, 어떠한 음산한 존재인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출발하다 보니 온 경계심은 그녀를 향했다. 그러다 보니 이전 화 리뷰에서 작성했듯, 션과 줄리안은 도로시를 지키려는 의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지켜보았지만 사실하는 행동으로는 그들이 더 나쁘다. (1) 십자가를 마구 훼손한 행위라던가, (2) 그녀를 몰래 살펴보기 위한 스파이캠 설치라던가, (3) 그들이 벌이는 뒷조사, (4) 일련의 협박과 기만행위들, (5) 또 선 넘은 장난질까지.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심지어 동감하고 응원하며) 지켜보았던 나 또한, 조금만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그 일들이 얼마나 나쁜 짓들인지 문득 깨닫고야 말았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것은 리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에 있다. 그저 나쁘기만 한 어떠한 악의 존재일 수도 있을 거라는 나의 오해를 지운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동시에 다른 캐릭터를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리앤도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어린 소녀였다. 혹은 천사이거나. 

 

 

 

 

top 3. 리앤의 본심  

 

리앤이 완다를 두고 혼잣말처럼 하는 대사가 있었다.


" I didn't know there was anything wrong with the onesie."  " 전 그 아기 옷이 문제가 되는지 몰랐어요."

" What?"   " 네?"

" And I didn't have to go all that way to get her a stupid cake. If she wanted me out of the house, she could've just asked."

"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케이크도 사러 나갈 필요가 없었어요. 내가 잠깐 집을 비우길 원했다면 그냥 물어보기만 해도 됐을 텐데."

" What are you talking about?"  "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 And he cries more when she's in the house. He doesn't cry for me. Not once, not ever."

" 아기는 도로시가 있을 때 더 많이 울어요. 나 때문에 운 적은 없어요. 단 한 번도, 절대로."

 

Leanne and Wanda, "Cricket"


그녀의 본심이 담긴 이야기는 이게 처음이었다. 지하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노란 아기 옷을 아기에게 입히려 했을 때 션은 그녀를 당황시킬 정도로 추궁하고 화를 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로서는 또 이유도 모르고 혼난 셈이었다. 그 전날 밤에는 도로시가 그녀에게 케이크 심부름을 시켰다. 비오는 축축한 밤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케이크를 사왔을 때, 도로시가 진짜 그녀에게 심부름을 시킨 이유가 뭔지 깨달았고 그녀는 도로시에게 모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이러한 장면들은 철저히 리앤 시점에서 연출되었다. 그 덕분에 리앤이 느낄 수 있는 그 감정들을 나 또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기옷 사건의 경우, 나 또한 션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던 것은 마찬가지. 제리코와의 기억과 관련된 옷인 모양인데 리앤은 알 턱이 없었다. 션이 얼마나 그녀를 다짜고짜 대하는 지, 그녀를 향한 그의 태도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리앤의 입장에서의 션은 매우 무례했다. 앞 뒤 설명이라도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이미 리앤에 대한 경계심으로 가득해서 감정부터 앞서고 있다. 이 장면이 반대로 션의 입장에서 연출이 되었더라면 나는 또 션의 감정에 몰입하여 리앤의 행동을 그저 경계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을지도 모른다. 

 

케이크 사건도 마찬가지로, 리앤이 말한 것처럼 도로시가 잠시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그녀에게 부탁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리앤은 잘 알아들었을 수도 있다. 물론 극히 사적인 일이었으니 도로시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빨리, 별다른 설명 없이 리앤을 나가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리앤의 입장이었다면, 어쨌거나 도로시에게 고용된 사람으로서 이해하고 넘어갔을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리앤은 그럴 수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도로시와 쌓아온 나름의 신뢰와 그녀를 동경했던 마음이 컸기에 기만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조금 신경이 쓰이는 건 그녀의 마지막 대사다. 대사에서는 he로 지칭할 뿐이지만 아마도 아기를 두고 하는 말로 보이고, she로 지칭한 사람은 물론 도로 시일 테다. 실제로 리앤이 아기와 함께 있을 때, 아기는 절대로 우는 법이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도로시와 션도 역시 인정한 부분이다. 리앤은 저 말을 하면서 굉장히 격한 감정을 보였는데, 어쩌면 도로시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진 순간일 수도 있겠다. 단적으로 보았을 때 도로시는 좋은 면만 가지고 있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리앤에게는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으니 처음에는 완벽한 사람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집에 지내면서, 그리고 도로시가 아기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작중에 표현하지는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그 사람의 이면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케이크 사건으로 더욱 마음이 상해서 줄곧 느껴왔던 도로시에 대한 감정을 이제야 확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얼마나 아기를 아끼는 지도 알 수 있다. 올리비아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아이들을 아낀다. (물론 올리비아를 이용한 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매우 나빴다! cold blood!) 하지만 동시에 션의 이론이었던 '아기는 리앤의 아들' 이론도 조금은 어긋나는 느낌이다. 자신의 아들이라고 한다면 저런 대사를 굳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굳이.  

 

이런 진심이 담긴 그 이야기를 리앤은 션과 도로시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완다에게 한풀이하듯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이렇듯 그들에게 진심을 전달하지 않고 참아낼 뿐이다. 그녀는 대신, 그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top 2. 기도 

 

리앤이 기도를 올리게 된 이유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케이크 사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션과 줄리안의 험담이었다. 그녀가 하는 기도란 화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러한 일에 맞설 용기를 구하는 일도, 분노하는 마음에 대한 인내를 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드디어 이번 화에서 그녀의 비밀이 밝혀졌다. 바로 처벌을 위한 기도다. 

 

 

리앤은 상처 입은 마음으로 도로시를 위한 기도를 했다. 무언가를 찾는 듯 다급한 눈길이었다. 그리고 원하는 무언가를 찾았는지 그곳에 도로시의 이름을 썼다. 기도를 했다. 무슨 내용의 기도였는지는 모른다. 다만 꽉 감은 그녀의 두 눈과 꼭 맞잡은 그녀의 두 손이 매우 간절해 보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도로시는 커다란 입술 발진 때문에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다. 줄리안과 함께 그녀에 대한 험담을 했던 션을 위해서도 그녀는 기도를 했다. 이번에도 가시였다. 목에 한 2센티미터는 될만한 크기의 큰 가시였다. 이전 에피소드들에서 션이 왜 갑자기 가시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는지 확실히 밝혀지는 부분이다. 

 

다만 줄리안에 대한 기도는 올리지 않은 것이 의아할 정도. 누가 봐도 그 둘의 대화에서 공모를 벌인 것은 분명 줄리안이었는데도, 그녀는 션에 대해 기도를 올렸을 뿐이었다. 줄리안의 몫까지 션이 혼난 셈이다. 어쩌면 그녀의 기도의 효력은 제리코의 부모인 터너 부부에게만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아무리 줄리안이나 로스코가 그녀에게 위협을 가해도 그녀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리앤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심증만 있었다면, 이제는 그녀에게 정말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top 1. 귀뚜라미  

 

그리고 그것의 정점이 바로 귀뚜라미였다. 이번 화의 제목이 바로 이것이다. 귀뚜라미의 첫 등장은 음식 재료로써다. 토비가 그녀 앞에서 그냥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암냠 먹어버리는데, 이 장면에서 뜨악한 건 리앤뿐이 아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움찔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귀뚜라미의 충격적이고 기분 나쁜 등장과 함께, 리앤에게도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 My aunt used to say that... when a cricket came into your home... something bad was coming."

" 집에 귀뚜라미가 들어왔을 때... 제 이모는 이렇게 말하곤 하셨어요. 나쁜 일이 생기려나보다, 라고요."

 

Leanne, "Cricket"


에피소드 내내 귀뚜라미는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와 리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욕실에서도, 지하실 선반에서도, 나중에는 자기를 뒤덮을 만큼 많은 수의 귀뚜라미가 리앤의 방을 모두 잠식하고 있었다. 귀뚜라미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방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봐도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귀뚜라미들은 말 그대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귀뚜라미들은 그 원래의 목적대로 션의 손에서 요리되었다. 이날의 시식자도 바로 리앤이었다. katemfe 농축액(션의 대사를 보면 이 katemfe 과일의 농축액 몇 방울은 같은 양 설탕의 약 2,000배 단 물질)을 넣은 바삭하게 튀겨진 귀뚜라미를, 리앤은 꽤 잘 먹어주었다. 

 

션과 리앤은 음식을 통해, 요리사와 시식자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교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가 귀뚜라미를 용기 내어 먹어준 것과 솔직한 피드백을 준 것에 대해 션은 고마워했다. 네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야,라고 말해주며 웃어주었다. 진심이었다. 리앤도 션의 말이 진심임을 어렴풋이 느낀 것 같다. 그녀의 큰 눈망울이 조금 흔들린 듯 보였고, 조금은 미안함도 느껴지는 그런 눈이었다. 그 순간을 통해 션에게 리앤은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리앤에게 션은 무례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다. 

 

이번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였는지도 모른다. 션과 짧은 대화를 한 후에 그녀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유리컵 안에 반나절 정도 가두어 놓았던 귀뚜라미는 이미 죽어있었다. 그 귀뚜라미 옆 텔레비전의 전선을 뽑아 들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무릎을 꿇었다. 상의를 벗어 내렸다. 머리를 정리하고 전선을 잡았다. 그리고 채찍질을 했다. 그녀가 이토록 자신을 학대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션에게 했던 가혹한 처사에 대해 참회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어쩌면 도로시에 대한 일도. 어쩌면 줄리안이 자신을 향해 겨누는 그 경멸 또한 자신의 잘못 때문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이 한 모든 일들이 잘못된 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해 화답하듯 기적이 일어났다. 귀뚜라미가 부활한 것이다. 

 

다시 한번 그녀의 알 수 없는 정체가 화두가 되었다. 

신의 사자 일지, 천사 일지, 혹은 어느 이름 모를 컬트에 속한 소녀 일지, 아니면 그저 종교에 심취했을 뿐인 초능력자 일지.

그녀는 대체 누구의 서번트일까. 

 

 

 

 

 

 

 

그 외의 흥미로운 것들

 

* 완다 역의 배우는 한국계 미국인, SJ Son 배우이다. 작중 그녀의 깨알 같은 한국어 대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 리앤이 도로시를 위한 기도를 올렸을 때 펼친 성경은 Samuel 19-20장, 션을 위한 기도를 올렸을 때는 Leviticus 18장이었다. 

* 지금까지 션이 요리한 모든 음식이 성경 레위기에서 부정한 음식으로 분류되었다면 귀뚜라미는 유일하게 부정하지 않은 음식, 즉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리앤은 귀뚜라미를 먹는 것 또한 망설였고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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